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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와 홍어] 서울 홍어 맛집 신비스러운 "건대 안주나라" 본문

김치 맛집 추천/서울, 경기

[묵은지와 홍어] 서울 홍어 맛집 신비스러운 "건대 안주나라"

kimchipig(김치피그) 2024. 12. 22. 18:07

묵은지와 홍어, 서울 홍어 맛집 건대 안주나라

 

명품 김치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메는 김치사랑 김치피그입니다.

 

지인과 만나려 가는 길, 건대 양꼬치골목에서  매번 눈에 밟혔던 집이 있습니다.

건대 '안주나라'입니다.

 

겉에서 보면 예전에 딱 치킨집을 했을 것 같은 작고 허름한 모양새입니다.

주어가 없는 가게 이름을 보아 이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실 생각은 없으셨다고 보입니다. 

 

이 곳이 눈에 밟힌 가장 큰 이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게 분위기에서 홍어, 묵은지라는 메뉴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양꼬치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저는 맘을 굳게 먹고 함께 간 지인을 설득해 '안주나라' 문을 박차고 들어 섰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고향을 맛을 만났습니다."



볼품없는 묵은지와 핑크 빛 홍어 한 접시

서울 홍어 맛집 "건대 안주나라"의 묵은지

 

먼저 나온 반찬은 묵은지였습니다.

묵은지 맛은 아주 많이 곰삭은 그런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1년 정도 됐을까?

그저 그런 쉰 김치였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절대로 중국산 또는 국내 시판용 김치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분명히 가게 주인장의 짭쪼름한 손 맛이 담겨있었습니다. 

김치피그는 요즘 그저 직접 손수 담근 김치라고만 느껴져도 맛을 떠나 우선 맘 속 깊이 감사드리는 습관이 생겼습습니다. 그만큼 점점 식당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만나기 힘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볼 것 없는 기본 찬과 묵은지가 나오고 이어서 주인아주머님이 핑크 빛이 감도는 홍어 한 접시를 가지고 저희 테이블로 오셨습니다.

 

전 홍어를 묵은지에 싸 먹을 생각에 입 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젓가락을 들었죠.


'그런데 이 게 무슨 일인가요?'

주인아주머니가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 놓으시더니 의자를 당겨 제 옆에 앉으시는 것이 아닌가요?


'우잉?

이 상황이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라고 속엣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으시자 마자 무심한 표정으로  터프하게 묵은지를 찢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상황은 대체 뭔가요?

설마 테이블을 잘 못 알고 오신 게 아닐까요?

전 이런 주문을 드린적이 없습니다.


묵은지, 홍어, 수육으로 만든 둥글레 삼합

"건대 안주나라" 주인 아주머니의 김치쌈 싸주시는 모습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간 음식점  '안주나라'

이 집엔 주인장의  시그니처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손수 묵은지를 찢어 홍어를 싸주시는 "묵은지, 홍어, 수육 둥글레 삼합" 이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토속적인 고향의 맛 "묵은지와 홍어"

 

 

그것도 싸주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다정스럽게 어머니 같은 손길로 제 입 안에 묵은지 홍어 수육 삼합을 밀어 넣어 주시지 뭡니까?

 

전 너무도 당황했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주인 아주머니의 제스춰에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낼름 묵은지 홍어 삼합 쌈을 한 입에 받아 먹고 말았습니다.

 

당황스러운 이 상황에 몸이 경직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토속적인 고향의 맛 "묵은지와 홍어"


내 입 안에서는 시큼 매콤 얼큰 폭신이 합쳐진 폭죽놀이가 시작되고야 말았습니다.

너무도 당황스러웠지만 이 익숙하고 토속적인 고향의 맛이 제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습니다.

감동이... 감동이...

 

혀 끝에서 시작 되어 온 몸 구석 구석 말초신경까지 토속적인 고향의 맛이 물 밀듯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혀끝에서 시작된 맛, 가슴속 을 따뜻하게

 

 

 

한참을 얼마나 많이 아주머니의 쌈을 맛있게 받아 먹었는지 제대로 세지도 못했습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혀끝에서 시작된 맛, 가슴속까지 따뜻하게


제가 연이어 얼마간 충분히 묵은지 홍어쌈을 섭취했다고 생각하신 주인 어른장은 자그마한 접시에 남은 홍어를 묵은지와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묵묵히 싸서 쌓아 두신곤 시뻘겉게 양념이 베인 손을 들고 주방쪽으로 총총 사라지셨습니다.

 

너무도 쿨내 진동하는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치피그의 맛깔나는 한마디 "건대 안주나라"

묵은지는 잘 어울리는 음식과 함께 먹으면 그 음식의 풍미와 맛을 더울 배가 시켜줍니다. 묵은지와 홍어가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음식 특유의 맛 뿐만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창조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들도 묵은지를 이용한 새로운 음식을 창작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서울에서 토속적인 맛과 풍취가 물씬 풍기는 건대 '안주나라'에서의 맛있는 추억으로 이 추운 겨울 마음 한 켠이 많이 푸근해졌습니다. 여러분들도 김치와 따뜻한 추억 많이 만드셔서 행복한 겨울 나세요~~~! 김치사랑 김치피그였습니다.